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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시간 딱딱한 검은 갑옷을 두른채 긴 기다림을 참아낸 벗꽃나무는
여릿여릿한 연두빛을 보이더니 어느덧 핑크색의 꽃망울을 터트렸다.
흐드러지게 핀 꽃에 검은 나무일때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았던 사람들도 새도 나비도
마음과 시선을 빼앗겨 넋을 놓고 바라본다.
눈과 코와 마음이 즐겁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할만큼 찬란한 봄.
그러나 알고 있다. 이렇게 눈부신 봄은 언제나 짧다는것을...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더니 아까운 꽃이 다 떨어졌다.
세상 다줄 것 같이 설레이고 가슴벅차던 사랑이 허무하게 떠나간것처럼
그렇게 봄은 가슴에 그 여운을 담아둘 시간도 주지 않고, 안개가 사라지듯 그렇게 갑자기 떠나갈것이다.
그러나 싫망하지 않는 것은
지루한 시간들이 연거퍼 지나고 나면 검은 갑옷을 두른 나무는 다시 찬란한 핑크빛 꽃망울을 터트릴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기다림이 길고, 지루할지라도...
언제나 약속은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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