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졌다. 무릎이 까지고, 피가나고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내 울음소리만이 세상에 가득하다 더이상 일어날 힘이 없다. 누군가 말을 건다. 괜찮아. 그냥 넘어진건데... 잠깐 쉬었다 가는거야 이렇게 심하게 넘어졌는데... 진짜 괜찮아질까? 진짜 다시 걸을 수 있을까? 진짜 아픈게 나을까? 그런데 어느덧 다시 걷고 있다. 어느덧 아픈곳에 새 살이 돋았다. 어느덧 누군가를 향해 말하고 있다. 괜찮아. 그냥 넘어진건데... 잠깐 쉬었다 가는거야 나로인해 당신이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사랑하기를 꿈꾸며...
침대 속으로 몸을 파뭍고 따끈한 전기요의 열기에 푹 잠긴다. 너무 이른 저녁시간이나 아님 너무 늦은 아침까지 누워있는 것은 심리적 부담이 있다. 이상한 죄책감... 게으름뱅이가 된 듯한 느낌!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감기가 걸렸기 때문이다. 감기가 걸렸을 때 쉬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명분이 된다. 마음의 감기도... 마찬가지 애써 아닌 척, 괘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럴때는 명분 있게 쉬어가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온기와 좋은 음식, 따듯한 음악에 마음을 맡기고 흐트러지자... 눈물이 멎고, 답답함이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무던해지기까지 마음의 뒹굴거림을 허락해주자. 나로인해 당신이,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사랑 하기를 꿈꾸며
그 어떤 아름다운 장식보다 장소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의 8할은 조명인 것 같다. 아무리 따듯한 가구와 커피향이 가득한 공간이라도 형광등의 적나라한 조명아래에서는 이성이 번득이고 감성은 쉽게 메말라버린다. 형광등은 정확한 사물의 팩트를 인지시키고, 디테일한 것들을 볼 수 있게 하지만 오히려 그런 정확함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조금은 덜 보여도 조금은 흐릿해도 노랗고 뽀얀 조명이 주는 신비로움과 따듯함. 우린 모두 적당한 단점과 적당한 실수들을 품고 산다. 내 맘에 딱 들어맞지 않더라도, 어설프고 모자라 보여도 나만의 프레임으로 선명하게 재단 하기보다.. 조금은 흐릿하고 따듯한 백열등으로 누군가를 조명하는 것. 우리 모두가 여유로운 감성을 유지하고 살 수 있는 장치일지도 모르겠다. 나로인해 당신이, 당신으..
한참 딴생각을 하고 보니 이 길이 아니다... 오늘은 다른 곳에 약속이 있는데 여느때 처럼 나도 모르게 익숙한 길을 달리고 있다. 베개를 새로 샀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커다랗고 푹신한 베게에 머리를 누이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미끄러지고 버거운 느낌에 몇 번을 다시 깬다. 주섬주섬 낡아빠진 오래된 베게를 꺼내 다시 잠을 청한다. 익숙하고 오래된 것은 효율과 상식으로 환산이 안 되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몸이 기억하고, 마음에 각인되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익숙한 길도 물건도 사람도 그리고 사랑도 그러기까지 참 많은 반복된 마주침과 서로간의 다뤄짐의 시간이 있었지. 새로운 것의 짱짱함보다, 오랜된 것의 느슨함에 시선이 머물게 되는 날이다. 나로 인해 당신이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사랑하기를 꿈꾸며...
오래된 가요 중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이 없네...‘ 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수많은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느낌, 감정, 정의, 판단, 취향들이 내안에 꽉 차있다. 이것이 나인지 내가 나인지 구분이 안되는 내 안에 소리들... 때로는 그것이 내 옆사람을 외롭게 한다. 그리고 급기야 그것은 나를 외롭게 한다. 출처모르게 쌓여 있는 책상 서랍속 먼지쌓인 물건들처럼... 새로운 것이 자리를 찾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먼지 쌓인 고집스런 나의 소리들... 비움이 주는 가벼움과 한적한 여유가 지금 나에겐 절실하다. 나로인해 당신이,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사랑 하기를 꿈꾸며
언제나 그렇듯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아니 일어나야 한다. 일정 시간까지 회사를 가야하고 도착해서는 쌓여 있는 메일에 회신을 보내야하고.. . 어느덧 우르르 사람들과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저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식사를 한다. 다시 본의든 타의든 잡혀 있는 회의를 하고 조금 딴청을 부리며 뉴스를 보고 책을 뒤적거리다 보면 언제나 그렇듯 퇴근시간. 또 아침에 나왔던 내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 잠깐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잠을 잔다. 내일을 위해... 그리고 아침 6시 다시 일어난다. 아니 일어나야 한다. 매일 매일 특별하지 않은 오늘, 그리고 어제, 그리고 내일. 가끔은 지루해서 과격한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만... 언제나 약속한듯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해와 매번 돌아오는 사계절과 계절에 따라..
비오는날을 좋아하나요? 화창한 날을 좋아하나요? 국수가 좋나요? 밥이 좋나요? 버스가 좋나요? 지하철이 좋나요? 바다가 좋나요? 산이 좋나요? 설레이는 감정을 뒷받침 할 확신을 위래 서로는 끝도 없는 이 유치한 질문을 하고 답을 하며, 우리가 된다. 그렇게 함께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운명 같이 느껴지는 관계에 대한 즐거움은 어느덧 시간이 지나 그것이 굉장히 빈약한 데이터였다는 것을 증명하며 우리에게 수만가지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왠지 그토록 비슷했기에 운명 같았던 선호도는 극명하게 다름과 어긋남에 흔적도 없이 흐릿해지고... 결국 그렇게 너무 비슷했던 둘은 너무 다른 둘이 되어 각자의 길을 단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을 시작한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한다. 비오는..
고여있던 숨을 빨아들이듯 겨울의 알싸한 기운이 마음을 뻥뚤리게 하는 하루의 시작... 푸른빛 도는 주황색빛 황홀한 새벽 미명의 하늘은 간밤에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앓이와, 못다꾼 꿈과, 고단한 삶의 뒤척거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렇게 넉넉하게 펼쳐진 하늘은 그자체만으로 위로가 된다. 사랑을해서 괴롭고 사랑하지 못해서 외로운 우리는 그렇게 늘 마음 한구석이 회오리바람이다. 실은 시작하는 사랑의 핑크빛도 위태로운 아픈 사랑의 얼룩달룩한 모양새도 이별후 주저앉은 먹먹한 상태도... 어쩌면 모두 같은 그림속 풍경일지도 모르겠다. 형형색색의 신비롭고 커다란 하늘처럼... 나로 인해 당신이 당신으로 인해 우리가 진짜 사랑하기를 꿈꾸며...
음악에 맞춰... 상대의 호흡과 발 움직임에 맞춰 그렇게 앞으로 뒤로... 리듬을 타며 움직인다. 상대가 잠시 멈추면 나도 같이 멈추고 상대가 몸을 비틀면 함께 원을 그리며 돌고 돈다... 상대가 음악에 맞춰 발걸음을 빨리하면 나도 뒤쫒아 빠르게 빠르게... 그러다 어느덧 내가 상대방을 끌어 당기기도 그리고 적당하게 밀기도... 무대 위 온전한 주인공인 두 사람은 그렇게 호흡과 발걸음을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서로의 영역을 과하게 침범하지도, 무대 밖으로 도망가지 않고 주인공인 그 순간을 즐기며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적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집중한다. 누군가와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상대방의 반응과 상황을 존중해 주면서 때로는 가깝고 또 때로는 적당한 거리로 서로를 바라보고 지켜주는게 아닐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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